goyoon의 칼럼

한 지붕아래 세 나라

goyoon 2009. 6. 9.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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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5월에 북경에서 민박을 할 때였다.

항상 그렇듯이 밥상을 받을 때 아니면 한가할 때 같이 민박을 하는 사람들 중에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날은 저녁에 일찍 들어와서 민박을 하는 사람 네 명이서 함께 저녁상을 받았다.

나는 앞에 앉은 두 초로의 부부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냐? 무엇을 하시느냐?

그랬더니 그 부부 중 여자 분이 자기네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하고 장사를 한다고 했다. 그녀의 남편이 뇌졸중으로 몸이 마비되어 이곳 중국에 와서 치료를 받았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산책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내일 하얼빈을 다녀온다"고 하자 이유를 묻기에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伊藤博文) 저격현장을 보러간다고 하니까 그러냐고 대답만 한다.

그 후 일주일 후에 내가 다시 그 민박으로 돌아오니 그들 부부는 아직 그대로 있었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나라 독립사에 기리 빛나는 하얼빈 역에는 안중근 의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고 저격현장은 겨우 보도 불럭을 다른 것으로 표시해서 찾기도 힘들고 찾는 사람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자 여자가 어디서 들었는지 “안중근 의사의 유골을 찾으면 떼 부자가 된다.”며 대꾸를 한다.

그녀의 말은 아직 찾지 못하는 안중근의사의 유골을 찾으면 현상금이 걸려있는 것을 북에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집주인인 조선족 아저씨는 “그까짓 것 찾으면 뭘 해요? 누구 것인 줄도 모르는 것을“ 하며 툭 내 뱉는다.

내가 DNA방식으로 검사를 하면 100%확신하다고 하자 그녀는 “왜요 그래도 찾으면 떼 부자 되는데요.” 하고 나는 “독립운동가의 유골이니 찾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하고 조선족집 주인은 “난 찾지도 못하지만 아무 관심도 없다.”는 것이었다.

서로들 생각하는 것이 나라별로 다르다.

한나라의 말을 하는 같은 민족인데도 한 지붕 아래서 같은 밥상에 앉아서도 말은 한국말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

이렇게 한 지붕에, 그리고 한 밥상 앞에 세 나라로 갈라진 민족이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참 우리나라는 앞으로 독립을 한다고 해도 쉽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역시 북한사람은 북한의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고, 남한사람은 남한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조선족은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만이 그 세 나라 중에서 마음 놓고 현 정권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한참을 이야기 하던 중에 내가 “이 셋 중에서 마음 놓고 자기나라 정치를 비판을 하고도 멀쩡할 수 있는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남한사람밖에 없다”고 하고 북한사람에게 “길거리에서 김정일을 욕 할 수 있느냐?” 조선족에게 “후진타오를 욕을 할 수 있느냐?” 고 하니 그들은 그냥 웃을 뿐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나라에 살면서 무엇이 불만이 많은지 아직도 이 땅에 반민주적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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